[스크랩] 2007 겨울, 북한 동포들의 힘겨운 겨울 나기 //옮긴 글
2007 겨울, 북한 동포들의 힘겨운 겨울나기 :: 2007/11/23 18:29
윤여준) 벌써 겨울이 시작됐네요. 해마다 날씨가 추워지면 북한 동포들이 겨울을 어찌 날까 걱정되는데, 올해 북한 형편이 어떤가요? 우선 식량 사정은 좀 나아졌나요?
노옥재) 작년에도 수해를 입었지만 올해는 피해가 더 큽니다. 작년에는 평안남도 양덕, 맹산 지역등이 집중적으로 수해를 입었는데 올해는 함경도를 제외한 거의 전역에서 수해를 입었어요. 특히 곡창 지대라고 하는 황해남북도의 피해가 커서 올해 식량 생산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여준) 걱정이군요. 북한 동포들이 굶지 않으려면 도대체 식량이 얼마나 필요한 건가요?
노옥재) 사람이 정상적으로 생활하는데 필요한 권장 칼로리가 2100kcal라고 해요. 그걸 기준으로 북한 인구에 맞춰 수요량을 계산하면 대략 640만 톤이 필요하죠. 그런데 북한이 UN에서 지원을 받는 나라니까 권장치의 70%로 잡으면 대략 520만 톤 정도가 필요해요. 실제로 북한이 생산할 수 있는 식량은 어느 정도 농사가 잘 되었다고 할 때 대략 430만 톤 정도구요. 그런데 저희 좋은 벗들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에 약 280만 톤 정도가 생산되었어요. 게다가 올해는 수해 피해를 입었으니 그보다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윤여준) 그럼 UN 권장치의 절반 수준 밖에 안되네요?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합니까?
노옥재) 먹을 것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거의 연명하는 수준이죠. 보통은 입쌀을 먹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북한에서 쌀밥은 사치품이죠.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먹어보는 정도로요. 그래서 일반 주민은 주로 옥수수를 먹습니다. 통 옥수수를 갈아 옥수수 쌀을 만들어 먹는 거죠. 그것도 중산층 정도나 먹는 수준이고요, 일반 사람들은 옥수수쌀 한 줌에 풀을 섞어 먹거나 묵지가루라고 부르는 옥수수 껍질 갈은 가루를 섞어 먹습니다. 그나마도 많이 먹어야 하루 두 끼를 먹지요.
윤여준) 쌀밥이 사치품이라고 하는데, 쌀이 도대체 얼마나 비싼가요?
노옥재) 보통 쌀 값은 추수철 지나면 떨어지는데 올해는 떨어졌다고 해도 1kg에 1,300원이라고 합니다. 노동자 월급 평균이 2,500원 – 3,000원이니까 월급의 반을 줘야 쌀 1kg을 살 수 있는 거죠. 그러니 평범한 주민들은 쌀을 사 먹을 수가 없어요. 옥수수는 kg당 600원이니까 월급으로 4kg 정도를 살 수 있어요. 하지만 4kg으로 한 달을 어떻게 먹나요? 그러니 반찬은 당연히 살 수도 없고 간장과 염장배추 등으로 식사를 해요.
게다가 이제 김장철이잖아요. 북한에서는 김치나 채소 등을 남새라고 부르는데, 올해는 남새 농사가 엉망입니다. 우리나라도 채소 값이 금 값이라고 하는데 북한도 수해가 나서 채소 농사가 피해를 많이 봤습니다. 배추 한 통에 150원 – 200원 했는데 지금은 400원 -500원 정도 하고, 무엇보다도 고춧가루가 비싸요. 1kg에 1만원이나 하죠. 염전 밭도 다 상해서 소금도 비싸고…… 김치를 통해 최소한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식량 부족은 물론 영양 실조 상태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어요.
윤여준) 북한 식량 사정이 매년 어려운 것은 무슨 이유인가요? 농사가 잘 안 되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요?
노옥재) 땅에 삽이 안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기본적으로 땅이 산성화 되어 있어요. 산성화된 토지를 바꾸려면 땅을 깊이 파서 뒤엎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어도 75 마력 정도 되는 힘 좋은 트랙터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북한의 트랙터는 15마력 밖에 안 된답니다. 트랙터만 없는 건 아니에요. 트랙터를 움직일 기름도 없어요. 그리고 오랜 기간 굶주림이 계속 되다 보니 종자도 다 떨어졌고요. 그런데다가 산 자체가 모두 민둥산이어서 비만 오면 토지가 다 쓸려 갑니다. 수해가 일시적으로 나는 게 아니라 매년 나는 거죠. 토지의 문제, 비료의 문제, 농업 생산설비의 문제, 환경 문제 모든 게 다 얽혀 있어요.
윤여준) 그럼 스스로 해결한다는 게 당분간 불가능하겠군요. 외국에서 받는 식량 지원은 얼마나 되나요? 우리 정부 말고 다른 나라에서 주는 건 없나요?
노옥재) 일단 우리 정부에서 주는 게 40만 톤이고 민간에서 주는 것들이 좀 있긴 한데 그건 그리 많은 편이 못 됩니다. 우리 정부가 주는 40만 톤 중에서 15만 톤은 국내산 쌀을 주고 25만 톤은 태국에서 수입한 소위 안남미라고 하는 쌀을 주지요. 중국에서도 좀 주고 중국을 통해 민간인들이 좀 가져가기도 하는데 이런 건 통계가 잘 안 잡히네요.
윤여준) 북한은 배급제를 시행하지요? 배급제에도 순위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배급이 골고루 돌아가기는 하나요?
노옥재) 크게 4등급으로 나뉘어 있고요, 농민은 자신들이 농사를 지어 배분을 받기 때문에 배급 순위에 들어가지 않고, 일년에 약 250kg 받는다고 하더군요. 농민을 제외하고 1순위는 당의 핵심 관료들로 평양 중심 구역에 사는 사람들이에요. 저희가 보기에 1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약 100만 명 정도 됩니다. 2순위는 인민무력부, 국가안전보위부, 보안서 이런 쪽에 근무하는 사람들인데 약 150만 명 정도 있고요. 3순위는 군수사업이나 특급 기업소, 우리나라로 치면 포항제철 같은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죠. 가족 포함해서 약 400만 명 정도로 집계합니다. 이들은 국가에서 배급을 주기도 하지만 기업체에서 책임을 주고 배급을 주기도 하는 곳이지요. 따라서 이 세 순위에 속한 사람들은 풍족하지는 않아도 어쨌든 배급을 받을 수는 있어요. 마지막으로 4순위가 일반 노동자인데 약 600만 명 정도가 있습니다. 평범한 노동자는 물론 교사나 의사 같은 사람들도 다 여기 포함되는데 이 사람들은 국가에서 배급을 포기했어요. 알아서 먹고 살아라 이런 뜻이지요.
윤여준) 몇 년 전에 약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소식도 나왔는데 그럼 그 사람들은 4순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인가요?
노옥재) 그렇죠. 지금 북한은 당 경제나 특수 경제에 속한 사람들은 끌고 가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국민들은 포기했다고 봐야 합니다. 공식적으로는 2002년부터 배급이 없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1994년부터 배급이 없는 상태에요. 그리고 배급을 받는 계층도 넉넉하게 받지는 못합니다. 보통 배급을 한 달에 두 번, 15일치씩 주는데 실제로는 7일 – 10일 치를 주죠.
윤여준) 90년대 초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빠졌을 때, 평양이나 대도심에는 식량이 있어도 차를 움직일 기름이 없어서 식량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지 못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요?
노옥재)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주는 쌀이 남포항으로 들어가는데 청진에 있는 사람들한테 받아가라 해도 못 가져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식량을 수송하려면 차를 가지고 가야 하는데 차를 구할 데가 없는 거지요. 큰 공장이나 군대에 있는 차를 빌리려 하면 또 그만큼 비용이 드니까요. 예를 들어 쌀을 천 톤 가져간다고 하면 차 빌리는 값을 백 톤, 기름 값으로 백 톤을 지불하는 거죠. 그렇게 이 백톤 빠져 나가고 중간 중간에 연관된 사람들한테도 빠져나가니까 쌀을 안 받아감만 못한 그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윤여준) 군대를 통해 쌀이 나온다고 하는 얘기가 있는데 바로 그런 것인 모양이군요.
노옥재) 일반 병사들과 달리 군관들은 가족이 있잖아요. 예전에는 군관 가족들에게도 입쌀과 옥수수쌀이 지급됐는데 요즘은 배급이 없을 때가 많고, 또 돈이 필요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생긴 쌀이 시장에 나오는 겁니다.
윤여준) 올해도 벌써 굶어 죽은 사람이 나왔다고 하죠? 식량 사정이 나쁘면 아이들과 노인들이 제일 견디기 힘들 텐데, 주로 그런 사람들이 희생 되겠네요?
노옥재) 올해는 오히려 40대가 더 많이 죽었어요.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 6월 중순인데 그 때부터 7월 정도까지 농촌 동원철이거든요. 농촌에 가서 모내기 같은 거 지원하는 거죠. 그런데 계속 굶은 데다가 이렇게 장기적으로 노동을 하게 되면 병에 걸리기도 쉽고, 일사병도 더 많이 발생하는 거죠. 그렇게 일하던 사십 대, 오십 대가 많이 죽었어요.
윤여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장례를 치르나요? 북한의 장례 문화는 우리와 좀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
노옥재) 지금은 장례 문화라고 할 것도 없어요. 사람들이 고난의 시기를 겪으면서 워낙 많이 죽으니까 관을 만들 나무를 구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관이 하나 있으면 마을에서 돌려 쓰는 식이었죠. 나중에는 그것도 안 돼서 들 것이나 천에 싸서 여러 명을 한꺼번에 묻어요. 직파라고 하죠.
윤여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다 보면 슬퍼할 여유도 없겠네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겠군요.
노옥재) 너무 많은 상처와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살아 남은 사람들은 거의 감정이 메말랐어요. 삶과 죽음에 대해 무덤덤하죠. 여기 온 탈북자들을 보면 대부분이 부모자식 죽고, 힘들게 나라를 떠나 온 것이라서 희로애락에 별로 반응이 없어요. 젊은 친구들을 봐도 아직 나이도 어린데 너무 세상 풍파를 많이 겪어서 그런지 감정이 메말라 버렸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잘 웃지도 않아요.
윤여준) 올해도 식량 사정이 더 안 좋다고 하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까 걱정이 되네요.
노옥재) 지난 6월 중순 경에 함경도나 평안도 쪽에서는 시, 군 단위로 매일 열 명 정도씩 죽었다고 통계가 나왔어요. 지금은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겠지만 대략 한 만 명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나마 여름에는 풀이라도 뜯어 먹을 수 있는데 겨울에는 먹을 것도 없으니 더 걱정이죠.
윤여준) 북한이 우리보다 훨씬 더 추울 텐데, 겨울철 난방은 어떻게 하나요?
노옥재) 겨울철 평균 온도가 영하 20도쯤 될 거에요. 그런데도 난방은 거의 못합니다. 먹을 것도 없는데 난방은 꿈도 못 꾸죠. 올해 초 청진에서 나온 소식으로는 일주일에 두세 번 난방 하면 잘 하는 거라 합니다. 난방으로는 석탄을 때는 집도 있고 나무를 때는 집도 있어서 북한에는 나무 장사가 따로 있습니다. 많은 산이 민둥산이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나무가 있는 산이 있어서 멀리 가서 나무를 해 오는 사람이 있는 거죠. 그런데 나무 값도 무척 비싸요. 나무 한 단이 3, 4백 원 정도 하는데 보통 장작개비 8개가 들어 있거든요. 그러니 가재도구를 부셔서 땔감으로 쓰기도 하는 거죠. 그러나 보니 많이 얼어 죽기도 합니다.
군인들도 속내의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 군인 가족들에게 군인들 입을 속내의나 방한 옷을 가져오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군인들이 그 정도면 일반 주민들은 더 말할 것도 없어요. 겨울에도 홑겹을 입고 자기 신발이 없는 경우도 많아요. 엄마랑 같이 신기도 하고, 그러니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도 생기죠. 양말은 당연히 없고요.
윤여준) ‘좋은벗들’이 북한 소식지를 발간한지 3년 정도 되셨죠? 그 동안 북한 주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노옥재) 북한 소식지는 2004년 9월부터 월간으로 발행을 시작했는데 2006년 3월부터는 주간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소식지 만들면서 그 동안 북한 주민들이 참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더 이상 당과 국가를 믿지 않아요. 식량난이 오랫동안 계속 되다 보니, 의식이 빠르게 변해서 당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죠. 그 동안 수령과 당이 인민의 어머니라고 교육 받아온 사람들이 요즘은 ‘젖 주는 게 어머니’라는 말을 공공연히 합니다. 실제로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퇴직한 어떤 사람이 죽기 전에 자기 자식들에게 당을 믿지 말고 돈과 너의 손을 믿고 살라는 유언을 했다고 해요. 나라를 믿고 기다렸던 사람들은 다 죽었다는 거죠.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고난의 행군을 거치고 여우와 승냥이만 살아남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사회에 대해 적응이 빠른 사람들만 살아 남았다는 거죠. 올해 있었던 2.13 합의 후에도 바로 쌀이 들어올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는데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고 해요.
윤여준)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통제하는 사회 아닙니까? 그래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상 교육 같은 것도 많이 할 텐데, 국민들이 당을 안 믿으면 그런 강의가 효과가 없다는 뜻 아닌가요?
노옥재) 효과는 없지요. 하지만 참석을 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가는 거에요.
윤여준) 식량이 부족해 수백만이 굶어 죽을 정도라면 국민들이 가만 있지 않는 게 정상일 텐데 북한은 그런 조짐이 없잖아요. 제가 아는 미국 고위 관리 한 사람도 세계에서 몇 백 만 명의 국민이 굶어 죽어도 끄떡없는 정권은 북한뿐이라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던데, 주민들이 자기들을 먹이지 못하는 정권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노옥재) 북한은 아직도 국가가 가지고 있는 억압의 틀이 상당히 높아요. 특히 연좌제가 있어서 한 사람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가족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죠. 나 하나 죽는 게 아니라 가족이 그냥 사라지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 어떤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기가 쉽지 않죠. 게다가 오랫동안 전체주의에 물들어 있어서 그런지 개인 의식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밑으로부터의 혁명이 불가능하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아주 더딜 수 밖에 없어요. 게다가 근본적으로 정보가 차단되는 사회잖아요.
윤여준) 북한을 상대로 장사하는 어느 조선족 얘기를 들어봤더니 친척들이 북한에 많이 사는데 이미 북한 사회가 정보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남한이 잘 산다는 사실을 이미 다 알아서 전처럼 모르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거에요. 북한 주민들도 그 동안 못 산다고 들었던 남쪽이 잘 산다는 걸 알고 있다는데 그 동안 자기들이 속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노옥재) 속았다라고 표현할 때는 저항감이 있는 거죠. 아직 북한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사람들도 지금은 중국이 잘 산다는 걸 아는데 잘 살아본 경험이 없으니까 도대체 얼마나 잘 사는지 감이 없는 거에요. 한국 물건을 보면 중국산 보다 좋으니까 한국이 잘 사나 보다 생각은 하지만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서 자기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윤여준) 당과 나라가 자기들 먹고 사는 걸 책임져야 하는데 굶어 죽는 일이 생기니까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법도 한데요.
노옥재) 원망하는 마음은 있겠지만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북한 사람들도 중국처럼 개혁.개방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를 몰라요. 북한이 철저하게 정보를 단속하는 이유도 그런 까닭입니다. 최근에는 휴대폰 통제가 심해졌어요. 예전에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가 걸리면 몰수당하고 벌금형을 받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간첩죄로 처벌받는다고 합니다. 가족 전체가 다 추방되는 거죠. 사실 휴대폰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통제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윤여준) 휴대폰을 어떻게 쓰나요? 휴대폰은 기지국이 있어야 사용이 가능하잖아요?
노옥재) 중국 전화를 쓰는 거죠. 국경 근처에서는 중국 기지국 신호가 잡히니까 중국 휴대폰을 쓸 수 있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이나 다른 국경 근접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쓰죠. 최근에는 빛 섬유 전화라고 부르는, 우리 식으로 하면 광케이블인데요, 직통 유선 전화마저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 먹고 도청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직통 전화는 도청이 어려우니까 도나 시외로 나가는 전화는 다 끊었어요. 도외나 시외로 전화를 걸려면 교환을 거쳐야 하죠.
윤여준) 체제 유지를 위해 사회가 후퇴하고 있는 거네요? 남들은 점점 더 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확산하는데 북한은 점점 축소하는군요. 최근에는 장사하는 것도 단속하기 시작했다면서요?
노옥재) 네. 북한에서 남자들은 다 공장에 가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전업주부거든요. 그런데 전업주부라고 해도 집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농사를 짓기도 하고. 그래서 여자들이 시장으로 나가서 장사를 하는 거죠. 이런 걸 단속하기 시작하는데 시장을 아예 없앨 수는 없으니까 장사할 수 있는 걸 나이로 걸러 내는 거죠. 원래는 서른 살 미만은 장사를 하지 말라고 지침이 내려 갔는데 지역마다 충성 경쟁이 불 붙으면서 그 연령이 점점 올라갔어요. 그래서 어떤 지역은 마흔 살, 마흔 다섯 살 미만은 장사하지 말아라 이렇게 된 거죠.
윤여준) 단속하는 과정에서 반발이나 저항이 없나요?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어서 단속한다고 쉽게 물러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노옥재) 욕을 하기도 하고 저항하지만, 단속하는 쪽이 힘이 세니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아주 심하게는 못하는 것 같아요. 일반 간부들조차도 사실은 대안이 없는데, 먹을 걸 주면 장사 안 해도 되는데, 장사를 못하게 하려면 국가가 책임지든지 아니면 장사를 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윤여준) 최근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식이든 베트남식이든 정치 체제와 양립할 수 있는 개혁 개방 조치를 시도한다고 보는데 북한이 시장 경제를 도입해서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노옥재) 아직은 아닙니다. 실제로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려면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요. 생존하려면 개혁 개방을 하긴 해야 하는데 그것이 주민들의 이익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아요. 지금까지 북한이 해 온 과정을 보면 외부로는 여는 것 같지만 안으로는 오히려 더 조이거든요. 6자 회담, 남북정상회담 하면서도 간부들에게는 현혹되지 마라. 믿을 만한 상대가 아니다 라는 식으로 교육을 합니다.
윤여준) 베트남이든 중국이든 시장 경제를 도입할 때는 체제의 유연성이라는 전제가 있었어요. 하지만 북한은 김정일 체제를 어떻게든지 유지하면서 시장 경제를 도입하려고 하잖습니까. 그게 잘 될까요?
노옥재) 실물 경제와 개혁 개방 정책이 상당 부분은 마찰을 일으킬 겁니다. 외부에서 볼 때는 경제가 좋아지면 북한 주민의 생활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걸 통제하고 사상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사회라서 그리 쉽게 달라질 수가 없어요. 오히려 인권 측면에서 더 악화될 소지가 있습니다.
윤여준) 북한이 유일체제를 유지하면서 외국 자본이나 기술을 도입해 경제를 일으키는 방법 중 하나가 경제특구인데 그것도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죠. 그렇다면 당장 북한 주민의 삶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이네요?
노옥재) 일단 먹는 것이 안정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데 그게 요원해요. 북한에서 자체에서 생산하는 게 최소한 200만 톤 정도니까 외부지원 없어도 핵심 계층은 유지할 수 있다고 봐도, 나머지 사람들은 지금 북한 농업으로는 자력 갱생이 불가능한 거죠.
윤여준) 북한은 인민들의 생활이 저렇게 비참한데도 왜 정권은 사람들을 구하려는 절실한 노력을 안 하는 걸까요?
노옥재) 가장 우선하는 것이 체제 유지기 때문이죠.
윤여준) 주민 없는 체제가 어디 있습니까?
노옥재) 그렇지요. 간부들도 알긴 하겠지만 목숨 걸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어요. 어쨌든 미국과 협상하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들이 굶어 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권을 보장해주는 체제 보장에 대한 문제에요.
윤여준) 요즘 우리 국민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다고 보세요? 북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들을 하고 있나요?
노옥재) 실상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주민들의 실상을 잘 모르니까 북한이 계속 우는 소리 하는 것에 대해 지겹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요.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는데 북한 하는 걸 보면 별로 도와주고 싶지 않다고 하기도 하고…
윤여준) 그래도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특히 음식을 많이 남기게 될 때, 북한 동포를 생각하면서 마음이 무겁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노옥재) 북한 식량난을 해결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굶어 죽지 안게 해주는데 들어가는 돈이 식량으로 옥수수 200만톤, 비료 110만톤, 의약품 3천억정도 들어가면 운송비를 포함해서 약 연간 약 1조5천억 정도라고 보는데 우리가 한 해에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약 15조가 된다고 하지요.
윤여준) ‘좋은벗들’처럼 북한 동포의 사정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지만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의 실제 생활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옥재) 북한에 대해서는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이에요. 사람들이 북한에도 많이 가고, 교류도 많아지면서 북한과 접촉 면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그런 접촉 면들은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공간이거든요. 하지만 ‘좋은벗들’이 주로 얘기하는 건 북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실제 모습이잖아요. 북한이 밝히고 싶지 않은 부분이지요.
윤여준) 그래서 ‘좋은벗들’에서 내는 소식지를 처음에는 사람들이 안 믿었다면서요? 이럴 리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사실로 드러나 지금은 ‘좋은벗들’이 내는 북한정보가 가장 신뢰 있다고도 하지요. (웃음)
노옥재) 그런데 아직도 여전히 그래요. 저희는 북한을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데 어떤 분들은 저희가 의도적으로 나쁜 소식만 싣는다고 하기도 해요. 저희도 저희 정보가 주는 파장을 잘 알기 때문에 나름대로 검증하고 정확한 정보를 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윤여준) 어서 빨리 북한 동포들의 삶이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