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어머님께 드립니다.

문영은 2017. 5. 7. 14:28

 1911.

 그 해에 어머님께서 태어나셨으니까

 나라를 빼앗긴 다음 해험난한 역사를 인내로 살아오신 증인 이십니다.

 전화벨 소리가 울려 받아보니 막내 동생이 상냥한 목소리로 어머님께서 오빠를 기다리시니

언제 오겠느냐는 전갈이다.

 채소도 준비해 두었으니 가져다 먹으라는 독촉이다

 곧 갈게요. 감사합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는 늘 주기를 좋아하셨지요.

 참으로 힘겹게 사시면서도 돕는 일에 인색함이 없으셨습니다.

 저희의 신혼 시절에 제 아이들 때문에 큰 시름 당하시면서도 이웃의 개척교회가 시작되니 

그 교회를 위해 애써 봉사를 하셨지요.

 헌 옷 보따리를 만들어서 가난한 교인 들에게 나누어 주고, 헌금도 가난한 교회에 하도록 

자녀들에게까지 얘길 하시며 가난한 교회를 도와주시었지요

 

 어머님

 주름진 얼굴을 만져봅니다.

 80이 넘으셨는데도 인자하시기만 한 그 눈빛과 아직도 곱디 고운 얼굴 결은 누가 80객 할머니라

하겠습니까?

 어머님께서는 불만과 탄식의 말씀을 하신 적이 없나 봅니다.

 그 힘든 역사의 고비를 넘겨오셨다면서도, 징용도 싫고 징병도 싫어 만주로 쫓겨 헤매며 사시던 

아버님, 몇 년에 한번씩 찾아주셔도, 목숨만 건강하게 지켜 주시라고 기도 드리며 사시던 어머님!

 

 자녀들의 학자금을 마련하시려고 수십 마리의 돼지와 닭을 기르기를 십 수년...

 집집마다 밤늦게까지 돌면서 쌀 씻은 물과 음식 찌꺼기를 모아 돼지의 먹이로 쓰기도 했지요.

 그땐 그렇게도 사료가 없었던지요?  

 돼지들이 배가 고프면 우리가 진동하도록 소리를 질렀었지요.

 한 때는 돈 콜레라가 돼지들을 모조리 쓸어 갔을 때에 어머니께선 조용히 기도를 드리셨지요.

 "하나님 아버지! 어린 자식들을 버리지 말아주세요!"

 큰 아들의 사업실패와 잦은 직업의 변경 때문에 애통하셨고, 결혼의 실패, 재혼, 또한 일찍 타계함으로

큰 상처를 입으셨지요

 

 어머님

 어머님께서는 군산 시장으로부터 효부상을 받으셨지요세상에서는 아주 귀한 상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렇게 바쁘고 힘드실 때에도 밤 늦게까지 등잔 불을 켜시고 할아버지와 할머님의 두루마기와 바지 저고리를 손수 지워드리셨지요.

 할아버지께서 눈 수술을 하셨을 때에도 손 발 노릇 다 하셨었지요.

 속 못 차리고 방황하는 자식 들이 있을 때에도 원망 한번 하지 않으시고, "내 피로 생긴 소생 죄 짖지 않고, 회개하며 하나님께 양광 돌리며 살 수 있도록 인도해 주세요! 주여!" 하고 기도하여 오시기를 오늘까지 계속하고 계십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 건강하시니 얼마나 자식들이 떳떳한지 모른답니다.

  어머님의 건강 유지의 비결은 아마도 항상 감사하는 밝은 마음, 가리지 않고 잘 드시는 식 습성, 쉬고 싶을 때 잘 주무시는 수면 습관, 그리고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시는 근면습성이라 생각이 드는군요

 분명 하나님께서 큰 축복을 해 주셨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실리에 너무 민감한 듯 합니다. 작은 것들은 잘 보나 큰 것을 잘 못 보는 우를 범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어머니!

 어머님께서는 희생을 통한 사랑을 몸으로 실천해 오셨습니다.

 우유가 황금 보다 더 귀할 때, 그 때 대동아 전쟁이 한창 치열할 때, 제가 혼자 먹기도 부족한 젖을 아꼈다가

젖이 모자란 이종 동생에게 먹이셨지요. 그 후에도 막내 딸의 젖을 큰 고모님의 딸인 이종 동생에게 먹이셨지요.

 저희들은 배를 주렸어도 흠뻑 사랑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지요.

 추위엔 쫓겼어도 어머님의 따뜻한 가슴과 덕성에 포근히 안겨서 살 수 있었지요.

 

 어머님!

 어렸을 적부터 하나님께 기도하고 매달려야 살 수 있음을 가르쳐 주셨고, 삶의 지표가 되는 성경구절을 말도 배우기 전부터 외우도록 하여 삶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앙적 지주를 세워주시곤 하셨지요.

 어머님께서는 어린 아기들을 유난히도 사랑하시어 잘 돌보아 주셨습니다.

 어머님 품을 거쳐간 자식들, 생질들, 손자와 손녀들 그 많은 사람이 어느 한 사람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심성이 바르지 아니한 사람이 없으며 또한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음은 어머님의 헌신적인 육아비결 까닭이 아닐까 생각한답니다.

 

 어머님!

 어머님 얼굴엔 걱정 근심의 빛은 하나 없고 화평한 모습만이 있습니다

 머지않아 하나님 곁으로 가실 때에도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기도하시며 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가신 후에는 모습은 뵐 수 없어도 우리 삶에 사랑의 모습, 헌신의 모습, 감사의 모습, 화평의 모습으로 환하게 살아 계실 것입니다.

 어머님께서 큰 고난을 인내로 극복하시고 누리신 그 축복과 화평이 우리 가정의 큰 재산이며 가풍입니다.

 바로 이것이 주위로 사회로 확산되어 가고 역사성을 지니고 이어내려 갈 때 우리 사회와 우리 역사가 윤기를 지닐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