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양으로 닦여진 인간보석, 문영은 / 김 학
내가 문영은을 만난 것은 1981년의 봄의 일이다. 뒤늦게 전북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입학해서 그를 만난 것
이다. 말하자면 대학원 동기인 셈이다.
그는 타고난 사교가였다. 붙임성이 좋아 초면인데도 구면처럼 분위기를 이끈다. 그 무렵부터 가끔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그는 아는 것도 많고 언변도 좋다. 노래도 잘 한다. 그러니 그가 있는 자리는 언제
나 유쾌하고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문영은은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 이웃에 봉사하기 위하여 사는 사람이다. 독실한 신앙 생활이 몸에 베어
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얼굴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보다는 자비의 미소를 머금은 부처를 연상한다.
언제나 그의 입가엔 미소가 머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국제 와이즈
맨 봉사뿐 아니라 학생 상담원으로, 생명의 전화 상담원으로 활약하는 등 하루를 25시간으로 쪼개어 사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그의 머리카락이 나이에 비해 희어졌는지도 모른다.
문영은이 수필을 쓰기 시작한 것은 나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그와 어울려 술잔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진솔한 이야기에 빠져 들곤 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그를 수필 쪽으로 끌어당겼다.
“문형, 마로 지금 그 이야기를 원고지에 그대로 옮겨 써 보게나. 그러면 한 편의 좋은 수필이 될 걸세.”
머뭇거리던 그가 결단을 내려 “전북수필문학회”에 가입하게 되었고, 몇 년 동안 열심히 활동하더니 마침내
“수필과 비평”을 통해 한 사람의 수필가로서 당당히 문단에 얼굴을 내밀기에 이르렀다.
수필가로서는 늦깎이인 셈이지만 그에 대한 기대는 자못 크다. 그의 생활, 그의 사고, 그의 활동 모두가
좋은 수필의 소재들인 까닭이다.
가정적으로 보면 그는 효자요, 자상한 아버지이며, 이해심 많은 남편이다. 사업가로서 바쁜 일상인데도
불구하고 틈틈이 짬을 내어 자녀들이 피아노를 연주하면 그에 맞춰 노래를 부르곤 한다. 그러니 화목한 가
정 분위기가 유지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는 차남인데도 노모를 봉양한다. 현대의 젊은이들이 본받아야
할 그의 삶의 궤적이라고나 할까?
그에겐 적이 없다. 이웃이 하나 같이 동료요 친지이다. 먼저 양보하고, 스스로 먼저 손해 보고, 겸손하며
정을 베풀기 때문이다. 그의 부인 역시 그의 인품에 견줘 한치도 뒤지지 않는다. “가화만사성”은 남편이나
아내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뤄낼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그는 부지런하다. 동창모임, 봉사단체 모임, 문학단체 모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사업에 지장을 받지도 않는다. 그러한 열성, 그러한 노력, 그러한 헌신이 있었기에 그의
오늘이 있게 된 것이다.
이제 그의 작품으로 말머리를 돌려보자. 그의 사람 됨됨이를 아는 사람이 그의 작품을 읽어 보면 절로 머
리가 끄덕여지리라. 글은 곧 사람이라는 옛말에 하나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테니까.
그의 글에서는 인간의 원초적이 정이 흠뿍 담겨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 그의 글에서는 사랑의
향내를 맡을 수가 있다. 신앙심으로 닦여진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가 허를 찾는 마음보다는 상처를 감싸주는 따뜻한 마음이, 앙칼진 괘씸죄 보다는 칭찬의 구실을
찾아 숨은 매력과 잠재력을 개발해 주는 자세가 참으로 아쉬울 뿐이다.”
== 괘씸죄 중에서 ==
햇빛처럼 따사롭고, 솜 이불처럼 포근한 수필가 문영은의 나심을 모여 주는 한 구절이다.
테니스와 탁구가 수준급이며 영어가 유창한 수필가 문영은, 그도 이제 수필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따라서
등단 이전과 비교하여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독자에 대한 당연한 예의랄 수도 있을
것이다.
수필 문학에 대한 이론적 무장도 갖추고, 그에 걸맞게 작품마다에서 문학적 향기를 내 뿜을 수 있었으면
한다. 같은 소재로 만든 음식인데도 만든 이의 솜씨에 따라 그 맛이 다르듯 문학작품의 경우도 상황은
같지 않던가?
제목, 서두, 본무, 결구……. , 어느 것 한 가지인들 중요하지 않는 게 없다. 구성이 탄탄하고 문장이
매끄러우며 주제가 은근히 살아나는 수필이 되도록 노력하는 자세, 거기에서 수필다운 수필, 결이 고운 문학성
짙은 수필이 비롯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콜럼버스의
달걀” 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아무쪼록 겸양정신으로 잘 가꾸어진 인간보석 문영은이 거목 수필가로서 우뚝 성장할 그날을 기대하며
더욱 고뇌 속에서 다독, 다사, 다작 하는 정진의 발걸음을 멈추지 말기를 빌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