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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서 탄핵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를 보며- //김 학

문영은 2018. 4. 15. 08:57
김학 님이 게시: 박충웅

촛불에서 탄핵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를 보며-

김 학

나라가 시끄럽다. 온 나라가 뒤죽박죽이다. 5천만 국민이 불안과 초조 속에 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굳은 표정으로 짤막하게 사과를 하고 나면 여론은 더욱 더 시끄러워졌다. 그 사과에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과방송을 세 번이나 했지만 국민의 불만이 사그라지기는커녕 더 시끄러워졌다. 촛불시위가 횃불시위로, 서울 광화문 시위가 전국 80군데 도시 시위로, 심지어는 5대양 6대주의 교민사회 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때만 해도 당선자가 여성이니, 어머니처럼 부드럽고 자애롭게 대통령 노릇을 잘 하리라 믿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니 기대했었다. 그런데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엇나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싶었지만,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불통 쪽으로 치달으며 제멋대로 고집을 부렸다. 
*마침내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어떤 이들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라고도 했다. 최순실이란 여성이 국정을 농단한 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나자, 온 나라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연인 최순실의 조종대로 움직이는 로보트였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세 사람들에게 자기처럼 대통령 노릇을 잘못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려고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은 거라고 생각을 바꾸어 보았다. 책임회피의 도사인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히 이렇게 변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나의 부모가 책임질 일이다. 부모가 어려서부터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으니까. 언젠가 시집갈 것에 대비하여 밥 짓고 빨래하는 일 등 여성으로서의 기본을 가르치지 않은 것은 물론, 자신의 내복이나 양말조차 내가 직접 사도록 하지 않았다. 환갑 진갑을 넘긴 지금도 혼자서는 살아갈 방법을 모르니 어쩔 것인가? 나는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모든 면에서 남의 손을 빌려야 살 수 있다. 나는 홀로 설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내 손과 발 그리고 머리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다.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내가 대통령의 큰딸로 태어난 죄밖에 없다.”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도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느닷없이 국회의장을 찾아가서 국회가 합의하여 국무총리를 추천해 주면 그 총리에게 모든 권한을 넘겨주겠다고 제의했다. 심지어 전직 국회의장들과 국무총리, 성직자 등 사회 원로들이 의견을 모아 대통령에게 2017년 4월까지 물러나라고 건의하고,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자들까지도 질서 있는 퇴진을 권유하자, 다시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서 또다시 국회로 공을 넘겼다. 그러나 야당들은 꼼수라며 그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탄핵을 추진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박근혜 대통령의 ‘신의 한 수’라고 높이 평가했다. 절묘한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는 어떤 안건이든 여야가 합의하기 어려운 처지다. 그러한 사정을 잘 알기에 여야가 합의하여 국무총리를 추천해 주고 대통령의 퇴진날짜도 정해달라고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옛날 얼마나 국회를 무시했던가? 국회 때문에 경제도 안보도 위태롭다며 나무랐다. 그러던 그녀가 국회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려 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국회에 일거리를 만들어 주려는 그 충정(?)이 얼마나 갸륵한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식물대통령 노릇을 하는 가운데, 검찰 수사의 칼끝이 자신의 심장을 과녁으로 삼자 그걸 피하려 몸부림쳤다. 이 역시 후세 사람들에게 자기처럼 대통령노릇을 잘못하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큰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타산지석으로 삼으라는 교훈을 주는 셈이니 얼마나 거룩한 자기희생인가? 권력의 시녀라던 검찰이 대통령인 자신에게 대들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역사상 첫 경험이 아닌가? 그것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적(?)이라면 공적이다.
*야당의원들은 촛불여론을 등에 업고 조심스럽게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 역시 국회의원들 2/3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 헌법조항을 직접 체험케 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헌신적인 배려 덕에 가능했다. 또 대통령 지망생들에게는 자기처럼 대통령 노릇을 하면 언제라도 탄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국회의원들을 재교육을 시키는 일이고, 대통령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를 정치의 심장부로만 활용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피부를 관리하고, 피로를 회복하며, 지인을 불러 시시덕거리는 피부 관리실이자 휴게실로 활용범위를 넓혔다. 역시 여성 대통령이 아니면 착안할 수 없는 아이디어가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명예를 희생해가면서 후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갸륵한 일이다. 소설은 물론,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소재를 숱하게 제공했으니 얼마나 좋은가? 지난날의 역사 속 사건이나 인물들은 이미 거의 다 써먹어서 신선감이 없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이번 사건들은 얼마나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인가? 작가들은 무척이나 신바람이 날 것이다. 아니 그 작가들은 지금부터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촛불처럼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촛불이 제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듯 박근혜 대통령도 자기를 희생시켜 나라의 이미지를 드높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2백32만 명의 국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바람에 자신의 이미지는 실추되었다. 하지만 촛불시위에 참가한 국민들은 질서정연하고 깨끗하게 뒷마무리를 하는 시위문화를 선보여 세계 각국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코리아의 이미지를 한껏 드높여 주었으니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얼마나 애국자인가? 
*“이게 나라인가?”, “박근혜 하야”, “박근혜는 물러나라”, “즉각 퇴진”, “박근혜를 구속하라”, “즉각 탄핵”, “새누리당 해체하라”, “박근혜 즉각 퇴진”, ”전경련 해체“ 등 촛불시위대의 구호가 갈수록 더 거세지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변질될지 걱정스럽다.
*경제가 어려운데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촛불시위를 하느라 양초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 양초공업이 호경기를 만났다. 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덕이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 덕에 텔레비전 볼거리가 푸짐해져서 좋다. 뉴스는 물론 개그프로그램이 예전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졌다. 역시 개그프로그램에는 정치풍자가 빠지면 감초 빠진 한약탕 같다는 걸 실감한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여 부상자가 속출하던 시위문화가 박근혜 대통령 덕에 충돌 없는 시위문화로 정착되니 얼마나 좋은가? 경찰버스로 만리장성을 쌓자 옛날과 달리 시위대가 버스에 예쁜 스티커를 붙여 아름답게 장식해주었고, 수고하는 경찰들에게 국화꽃을 선사하니 얼마나 흐뭇한 정경인가? 시위대와 경찰은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계절은 겨울로 치닫고 있으며 기온은 자꾸 내려가고 있다. 그런데도 거리에서 촛불 시위를 하는 국민들은 자꾸 늘어난다. 100만 명이 모였다가 그 다음에는 180만 명으로 불어났다는데, 여섯 번째 주말에는 전국 80여 군데서 232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고 한다. 촛불이 횃불로 바뀔까 걱정이다. 
촛불시위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유모차를 타고 나온 어린 아기부터 초‧중‧고‧대학생 그리고 할아버지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가하고 있었다. 시위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인증 샷을 찍어 역사의 현장에 참석했다는 증거로서 그 사진을 서로 주고받는다. 즐거운 촛불시위축제가 되고 있다.
2016년 12월 9일, 드디어 국회에서 탄핵안이 상정되어 통과되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기권1, 찬성234, 반대56, 무효5, 기권2 등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것이다. 숫자의 마술인가? 1234567이라고 했다. 끝자리 수 7은 무효5와 기권2를 합친 숫자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도 결판이 났다. 대통령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넘겨주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국민과 결혼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찌하여 국민의 소망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만 부렸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미화하려고 한국사를 국정교과서로 바꾸기로 했다가 국민의 큰 반발을 샀다. 또 세월호 사고가 났던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종적을 감추어 문제가 되었다. 그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소상하게 밝히지 못한 채 별별 이야기가 다 떠돌고 있다. 요즘에 고작 알려진 것이 그날 어느 단골 미용사가 청와대에 들어가 머리 손질을 해주었다는 사실뿐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 여러 가지 부끄러움을 모르고 너무 버티기를 하다가 이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정 사상 두 번이나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다. 12년 전에는 박근혜 대표가 이끌던 지금의 여당이 야당일 때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심리 끝에 기각하는 바람에 다시 대통령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 웃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어 탄핵을 받고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는 신의 뜻이려니 싶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정전이 되더라도 결코 촛불은 켜지 않을 것 같다. 
(2016.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