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선거 때에 그렇게 플래카드가 요란하더니만, 요즘은 색다르게 요란한 선전 문들이 붙어 있다. 새벽녘부터 출퇴근시간에 맞춰 어깨띠를 두른 홍보원 들이 질서 바로 잡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광장에선 군중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한다. 시만, 학생, 공무원, 직장인들.. 수필 2017.05.07
옷 깃을 여미며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닦을 수록 쓰라림이 눈 속을 파고 들다가 가슴과 뼈 마디까지 파고 든다. 분노와 함성이 유리와 벽돌의 파편이 되어 발 뿌리까지 걷어찬다. 하얀 최루가스가 장단이 되었고 재채기가 가락이 되었다. 새댁은 대학촌에서 아기를 키울 수 없다고 이사 갔고, 가끔 가게 .. 수필 2017.05.07
지혜 “따르릉" "오빠! 저예요." "엄마가 오빠 생일에 같이 식사 하시 제요." "전주로 가실 테니 기다리시래요." 나도 아내도 빠뜨릴 뻔 했던 생일을 찾아 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흉내 낸다. "객지로만 돌아다니느라 생일 한 번 제대로 찾아주지 못했는데.. 쯔쯔.." 밝게 제잘 거리는 모습이 어찌 .. 수필 2017.05.07
어머님께 드립니다. 1911년. 그 해에 어머님께서 태어나셨으니까, 나라를 빼앗긴 다음 해, 험난한 역사를 인내로 살아오신 증인 이십니다. 전화벨 소리가 울려 받아보니 막내 동생이 상냥한 목소리로 어머님께서 오빠를 기다리시니 언제 오겠느냐는 전갈이다. 채소도 준비해 두었으니 가져다 먹으라는 독촉이.. 수필 2017.05.07
보검 사람들의 품성을 새겨본다. 행복한 삶도 성공적인 삶도 품성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종종 보게된다. "K"는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랐다. 그의 시선은 해맑고 그는 항상 조용하다. 지나쳐 무리하지 않으며 모자라 짜증낼 일이 없다. 정확하고 흐트러지지 않으며, 판단과 평가는 속도감이 있어 명.. 수필 2017.05.06
사랑하는 딸에게! 긴장과 절재의 나날을 잘 견디고, 오늘 지성의 상아탑에 입학하게 된 너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돌이켜 보건데, 할머니 말씀대로 늘 “신통이” 모습으로 자라주었던 것이 더욱 대견스럽구나. 그럼에도 따뜻한 말도, 다정한 눈길도 안주고 행여 게으름을 필세라 조이기만 했던 일 들.. 수필 2017.05.05
여유 II 모처럼 아들녀석 제안으로 라켓을 들고 코트에 나섰다. 막 태양이 달아 있을 때라 지열도 치솟아 숨이 막힌다.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공을 쫓아다닌다. 레슨도 두어 달 받았고, 학점도 신청했던 터라 조금 자신이 붙은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도 경지엔 멀기만 하다. 깡마른 꺽다리 키에 .. 수필 2017.05.05
여유Ⅰ 며칠째 가슴이 찢기고 있다. 똘똘뭉친 응어리가 치 받고 있어 약도 술도 위로도 효험이 거이 없다. 한으로 속병으로 연속되지나 않을런지..? 내 어릴 적 우리 집엔 해마다 찾아오시는 가을철 할머니 손님이 한 분 계셧다. 완주군 봉동할머니로 우리들을 무척 사랑하셨고, 어린 우리도 할머.. 수필 2017.05.05
마당 우리네 시골집 마당은 꿈의 고향이요 생활의 터전이었다. 봄철에 농사일을 준비했던 장소요, 마감했던 장소이었고, 또한 보관하는 장소이었다. 훼에서 닭이 울 제 하루가 시작되었고, 어둠이 마당에 깔리면 하루가 끝났다. 눈보라가 칠 때도 볏가리와 곡식 통가리가 마당을 늘 지켰었다. .. 수필 2017.05.05
늘푸름의 비결 발길이 어둠을 경쾌하게 가르며 산을 오른다. 큰 잠 속에서 막 깨어난 도심은 아스팔트길 따라 반딧불이 줄을 잇는다. 아파트 숲도 점점이 불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발자국 소리에 맞춰 가슴이 경쾌한 고동을 울린다. 발길이 거칠어지자 뜨거운 김을 토하며 더 큰 박동을 쳐댄다. .. 수필 2017.05.05